
군대를 전역하고 머리 관리를 그닥 안했었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이게 시발 사람새끼 몰골인가
정확히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바르샤바 게토에 숨어살던 슈필만의 몰골이였는데
슈필만은 전쟁때문에 그리 된거지 나는 뭐 쥐뿔도 없는데 보르네오 정글에 사는 오랑우탄도 나보단 미용에 신경쓰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빠른 시일 내에 미용실에 방문토록 다짐하였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 갑자기 뇌리에 번뜩인 서울에 가고싶다는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수원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로 가기로 마음먹었는데
마음먹은김에 미용실에도 예약을 하였다 (미용실에 예약을 한다는 개념 역시 나에겐 생소했다)
서울에 가는 길에서도 깡촌에 살다가 최근 수원시에 이주한 나는 지하철이라는 존재 만으로 신기한데 이걸로 서울에 갈 수 있다니 매우 놀라와서 가는 내내 즐겁게 갔지만 뭐 이건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고
강남구경을 하다가 여행의 목적(?) 이였던 한 미용실에 갔는데 굉장히 깔끔하고 정돈된 첫인상을 주었고 살짝 놀랐던게 미용사가 굉장히 잘생긴 젊은 남자였다
미용사가 물론 아즈매만 하라는 법은 없겠지만서도 지금까지 미용사=아즈매라고 생각했던 나는 이 역시 충격이였다
그리고 자리에 앉는데
이케멘 미용사:네 손님 가르마펌 예약하신 손님 맞으시죠~ 근데 제가 봤을때 손님 머리론 뭐시깽이펌이나 어쩌구컷이 더 어울릴거 같기도 하구.. 요즘 이런것도 유행이거든요..(지머리도 아닌데 존나 열심히 설명함)
나:상관없어요 아무렇게나 잘라주세요
이케멘 미용사:머리가 이렇게 길으신데 그러기엔 아까워서 그러죠 ㅠㅠ 그리고 (헤어스타일 관련해서 열변을 토함)
같이 굉장히 열정있게 나의 머리를 어떻게 잘라야 하는지 열변을 토했는데
내 고향의 싸구려 미용실에선 미용실 토크는 항상 이런 식이였다
미용실 아즈매:어서온나 퍼뜩 앉아라
나:네
미용실 아즈매:어떻게 짤라주까
나:지저분한 머리 쫌 정리해주시고 앞머리 눈썹까지 짤라주세요
미용실 아즈매:아라따~ 학생 맻살이고? 학교는 어디다니나? 애인은 있나?
그를 보고 자기 직업에 대한 전문성과 자긍심은 없고, 그저 큰 부담감 없이 하루일과를 소화할 뿐인 고향의 아즈매들이 떠올랐다
약간의 실랑이 후 결국 머리를 잘랐는데 자르기 전과 달리 미용사가 아무말도 하지 않아서 편했다
그리고 끝난 뒤 머리를 보여주는데
못생긴 얼굴은 여전하지만 머리만큼은 요즘 유행에 잘 따라가는 MZ가이라고 봐도 손색없을 정도
굉장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였다
근데 가격은 3만 5천원으로 존나 비쌌다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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