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제노포비아 감정에 소모되는 민족

아왕롭상갸초 2021. 3. 10. 21:01

 

 

 

 


오늘날 티베트에 대한 이해는 티베트의 역사 속에 존재했던 팍빠와 총까빠 등의 저명한 고승들이 각 종단을 이루어 현재까지 수백년간 방대한 지혜를 축척해온 밀교적 교법을 배우고자 하는 승려들이나

전 세계가 중국의 패권주의에 직면한 지금 그들의 폭정 속에 고통받는 비한漢인 이민족으로써 그들의 민족혼과 전통이 공산당을 파괴하는데에 조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반중론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물론 전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자신들의 신앙을 해외에 전파하는건 해외 거주 티베트 승려들이 가장 힘쓰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후자는 일부의 티베트인들이 해외에 망명정부를 차리고 공산당에 항거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2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티베트의 문화와 전통을 "그들은 중국 내 중국인들과 다른 역사와 문화를 지닌 탄압받는 이민족이니 반중 반공을 위해 투쟁하는 나의 아군이다" 라고 극히 편협하고 진영논리적인 생각을 전제로 티베트에 접근한다.

물론 중공은 티베트에 많은 해악을 끼쳤다. 역사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 티베트인들에게 신앙적 지주가 되는 사찰인 조캉 사원은 문화대혁명 당시 대부분의 유물이 홍위병들에 의해 파괴되었으며, 판첸 라마가 중국 정부에 "전국 사원의 97%가 파괴되었으며 승려 93%가 줄었다" 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홍위병들에게 조캉 사원의 유물들은 그저 봉건시대 개뽀들의 잔재일 뿐이였다. 하지만 티베트인들에게 그것은 조국 티베트의 불교 역사를 관통하는 둘도 없는 보물들이였다..

 

 

 

 

위 사진의 사원인 간덴 사원은 겔룩빠의 총본산으로써 1959년 혁명 이전엔 5000명 이상의 승려가 거주하던 사찰이였으나 현재는 500명 남짓한 승려가 남아있다

 

굳이 문화대혁명까지 가지 않더라도 중공은 체제에 위협이 된다 판단되는 티베트인들을 대량으로 강제수용소에 집어넣었고, 자유를 요구하는 비무장 민간인들의 평화시위에 대해선 항상 무장경찰이 시위대에게 발포하는것으로 끝을 맺었다.

이러한 천인공노할 만행은 지탄받아야 하는것이 마땅하고 티베트인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티베트인들을 "이용"할만한 이유는 될 수 없다.

왜냐하면 티베트인은 중국의 탄압을 받는, 한족의 치하에서 고유의 문화를 유지하는 숭고한 민족이기 전에 그저 티베트 고원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 외는 없다. 고향을 떠나 인도나 네팔 등지에 사는 티베트인들도 그저 티베트 고원이 고향인 사람들일 뿐 열성적인 반공투쟁가들이 아니다.

티베트인은 그냥 티베트인인데 한쪽에선 "티베트인은 중화민족의 일원" 이니 "티베트는 중국과 다르다" 니 당사자를 제외한 논쟁을 벌이는 행위 자체가 너무나도 한심할 따름이다.

혹자는 현 차이니스 타이페이 구 중화민국과 티베트 독립을 동시에 지지하기도 하는데 이건 정말 무식한 행위로 차이니스 타이페이 역시 티베트인들은 중화민족이라 본인들 역사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역사적으론 아예 독립국을 이루고 자유를 누리던 티베트를 다시 본인들 권역에 넣기 위해 수 차례 군사적 침략을 감행하고 후이족 군벌들의 티베트인 학살을 유도한게 차이니스 타이페이인데 티베트인 입장에선 중공과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굳이 예를 들자면 청조의 외번국이였던 조선을 일본이 점령함으로써 중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했으니 대한민국 국민은 대일본제국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과 마찬가지 수준의 궤변이다.

단지 침략 주체의 성패만 갈릴 뿐이다.

본론으로 돌아와 티베트인들은 그냥 태어난 고향에서 잘 살고 있는데 막상 본인들의 전통에는 관심이 없는 주제에 티베트의 문화는 중국과 뭐 어떻게 다르다느니 어벙한 소리를 늘어놓기 바쁜 진영논리적인 반공주의자 이방인들이 와서 티베트인들은 중국인들과 다르고.. 역사가 다르고.. 공산당을 타도해야.. 하는 소리를 해봤자 그다지 와닿을 리가 없지 않은가?

또다시 예를 들자면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매우 분노한 미국인이 한국에 와서 한국인들은 알아듣지도 못할 영어로 "대한민국 만세!! 북괴군을 몰살하자!! 한국은 북한과 다르다!! 뭐가 다른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르다!!" 라 소리치며 종로 거리를 종횡무진 누비는 것과 같다.

하루 먹고살기 바쁜 티베트 사람들에게 "티베트는 독립해야한다!! FREE TIBET!!"라고 황당무계한 헛소리를 늘어놓아봤자 그런 정치적 이야기는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정말로 티베트 민족을 사랑하고 그들의 역사에 깊은 관심과 요해가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닌 "중공이 싫으니까" 지껄이는 의미없는 외침이기 때문이다.

아무런 맥아도 없이 "FREE TIBET"을 질러봤자 "나는 티베트인들을 내 정치사상의 정당화 기구로 사용하고 있소"라고 팔방에 광고하는 격일 뿐이다.

PS. 나는 티베트인들이 진정으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면 굳이 방법론에 신경쓰진 않는것이 타당하다는것이 내 생각이기에 티베트에 어떤 식으로든 티베트인들의 신앙,전통을 지킬 자유가 찾아오면 그것이 곧 내가 지지하는 방안이다. 그것이 독립국을 이루는 형태든지 아니면 진정한 의미의 "자치구"로써 중공이 티베트에 자유를 부여하든지.

자료 출처

Melvyn C. Goldstein, Ben Jiao and Tanzen Lhundrup, On the Cultural Revolution in Tibet – The Nyemo Incident of 1969, p. 11.

Panchen Lama, 70,000 Character Petition (Tib. Language), p. 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