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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야매분석)반일의 원인은 현재에 있지 않겠지만...

아왕롭상갸초 2021. 3. 29. 22:59
에도시대 그려진 천황의 계승식


현재 우리나라 어디서든 반일감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혹자는 그것을 정부의 공교육 문제, 정부의 반일적 외교기조 탓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내 생각은 다음과 같다

개인의 타국에 대한 가치관은 직접 접한 경험이 아니더라도 외부에서 습득하는 정보로 정립되는 것이다.

한국인의 반일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역사에 대한 것을 다뤄보자면

현재 많은 한국인의 반일감정의 원인이 되며 상당수의 반일론자들이 그 사상을 공유하는 매개체가 되는 일제강점기는 한참 오래전에 지나간 역사가 되었으며 식민지 시절 있었던 침탈과 핍박의 과거도 그 모진 세월을 겪었던 당사자들이 점점 줄어가는 추세인터라, 지금 20대인 내가 늙어 생을 마감하기 전에 그 당사자들은 완전히 없어질 것은 확실하다.

실제로 작금의 한국인의 반일감정은 무조건 역사적 앙금으로만 국한되지 않고 독도 문제나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통제 등 현대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특히나 독도 문제의 경우 오랫동안 무인도였던 독도가 예전부터 일본에 속했다던 일본측의 황당무계한 억지이므로 이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의 감정이 편협한 증오심일 뿐이라고는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외로운 바위섬 독도가 민족의 고토 취급받는것도 웃긴 이야기지만)

제노포비아적 담론 상당수가 불합리한 경우가 허다하지만 한국에선 적어도 이유만은 합리적일 수 있는것이다. 물론 반일감정의 이유가 극렬 민족주의자들이나 지식과 교양이 없는 작자들이 만든 가짜 자료에 기반한 경우는 물론 논외로 치겠지만서도. (예:일본이 재무장을 통해 조선반도를 다시 통치하려고 한다, 재특회 등의 극우조직이 일본 정계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등)

역사 공교육을 문제삼아 말하는 것이 내게 황당히 느껴지는 이유는 현재 반일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전부 학창시절 학교에서 너무나도 공부에 심취하여 교육부에서 제시하는 사관을 완벽하게 수용하게 된 것일까?

애초에 그런 교육을 하는거 자체가 문제라고? 그렇다면 작금의 학생들이《바른 생활》등의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모범적인 도덕적 삶을 살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변명할텐가

따라서 김영삼-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반일 교육으로 X세대 학생들이 "반일 세대"로 거듭되었다는 일부 극우론자의 주장은 너무나도 터무니없다고 볼 수 있다

정리해보자면 반일에 있어 식민지 시절의 역사는 큰 원인이 되겠지만 요즘의 반일은 절대적으로 국가가 공교육을 통해 국민들에게 심어주고자 하는 공식적인 입장과 국민의 역사관에서 기인하지 않고 새 나라 대한민국이 처한 외교적, 혹은 경제적 실태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물론 외교적 분쟁은 어느 나라와도 생길 수 있는 일이지만 유독 일본에게만 깐깐한 이유는 무엇일까?

본인은 그것을 우리 민족이 세대를 걸쳐 내려오며 같은 감정을 공유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 2000년대 이후 출생한 엄준식 군과 70년대에 출생한 그의 부친 엄석대 씨, 또 엄준식 군의 조부이며 50년대에 출생한 엄복동 옹, 1920년대 출생한 엄준식 군의 증조부 엄백호 옹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예를 들어볼 것이다.

엄백호 옹은 일명《문화통치》가 시행되던 20년대 태어나 일본인에게서 갖은 수모를 받으며 자라왔고 집안의 가재도구가 공출된 경험도, 형이 남양군도 어딘가의 군속으로 차출된 경험도 있다. 45년 조선이 해방된 이후에도 엄백호 옹의 머릿속에서 일본이란 간악무도한 도적무리일 뿐이였다.

엄복동 옹은 일제강점기를 겪은 적은 없지만 일제강점기를 겪은 아버지에게서 왜경의 사악함, 고통스러웠던 학정의 과거에 대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으며 성장했고 따라서 일본에 악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그의 가정 사정 뿐만 아니더라도 엄복동 옹이 젊은 시절 대통령을 하고 있던 박정희는 국민들의 민족적 자긍심을 자극하기 위해 이순신과 같은 임진왜란 당시의 장수들과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운동가들을 크게 띄워주었고 엄복동 옹도 그런 사회적 풍조에 따라 민족주의적 사관을 가지게 되었다.

엄석대 씨 역시 어린 시절부터 조금이라도 일본적 색채가 들어있는 매체를 "왜색이 짙다" 라며 지탄하는 등의 일본에 대해 미운 감정이 짙은 사회에서 자라왔으나 83년 나카소네의 방한, 84년 전두환의 방일 및 쇼와 천황의 과거사 반성 발언 등을 뉴스에서 접하며 어느정도 열린 사고를 가지게 되었고, 김대중이 대통령이 된 이후로 일본에 문호개방을 하고 한일교류가 점차 활발해지며 일본이라는 국가 자체는 미울지언정 일본하면 손사래를 칠 정도로 맹목적으로 싫지는 않았고 일본인 자체까지 싫어하지는 않게 되었다.

엄준식 소년은 어린 시절부터 TV에서 더빙 후 방영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등을 접하며 유년기를 보냈고 학생 시절엔《플레이스테이션》으로 일본 게임을 플레이 했다. 비록 독도와 위안부 문제를 생각하면 분한 마음이 앞서긴 하지만 엄준식 군은 일본산 문화를 상당히 즐기며 살고 있다.

본디 역사란 일어나는 사건 하나만 놓고 보자면 수억년의 역사를 가진 지구에게는 단지 단편적인 현상일 뿐이지만 역사는 유기적으로 흐른다는 점에 포인트가 있다.

100년 전에 이 나라에 일어난 사건이 있으면 1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에 그 사건의 영향이 미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 100년 전의 사건을 직접 본 사람들이 세대를 걸쳐 내려오며 후손들에게 그 영향과 감정 등을 공유할 수는 있는것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인의 반일심리는 100년 전 조상이 겪었던 일제강점기라는 대사건으로 생긴 그것이 시간을 타고 내려오며 현대인들에게도 공유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100년은 한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긴 시간이지만, 이 나라 이 겨례가 모두 공유하는 조선민족의 세대로 따지면 3~4세대 지난 일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가 민족의 핏줄을 통해 살아숨쉬는 한 향후 몇십년간은 우리나라 국민의 반일감정은 건재할 것이지만 그 말인즉슨 몇십년이 지나면 반일감정이 어느정도 희석될 수 있겠다는, 다소 낙관론적인 감상으로 모자른 글을 마친다.

3줄요약
-한국의 반일감정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역사에 근본을 둔다
-그것은 역사라는것은 흘러가는 것이며 일제강점기 당시를 겪었던 사람의 핏줄이 지금 현대의 한국인들에게도 흐르는데, 한 국가와 한 민족은 대부분 엇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콧코로는 귀엽다